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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UBF 이사무엘선교사님 선교일지

믿음의 종 2015. 9. 26. 15:26
이사무엘 선교사님은 한국 UBF, 한양 UBF, 종로 UBF를 섬기시고 은퇴하신 후 아프리카 짐바브웨UBF에서 시니어 선교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현재 짐바브웨 국립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계십니다. 이번 학기는 250명의 학생들의 수강신청을 하여 매우 바쁜 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선교일지 중에서 (2015.9.25. 금요일)
이 나이에? 테니스를....

내가 한국에서 전임사역자로 일할 때, 시니어 동역자들이 매 주 한 번씩 모여 함께 성경을 연구하고 교재를 만든 후에는 동네 공원에 있는 공간에서 족구를 했다. 임시 네트를 치고서. 그 당시 우리에게 있어서 족구는 몸의 활력을 북돋아 주는 보약이요, 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친구요,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즐거운 스포츠였다. 전00, 양00 선교사님들이 시카고로 파송을 받기 전, 그리고 고 김모세 목자님이 아직 이 땅에 계실 때인 2003-4년이 아마도 시니어 족구 팀의 전성기였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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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 년을 함께 족구를 하다 보니 호흡도 너무나 잘 맞았다. 고 김모세 목자님은 상대팀 공격수의 눈빛만 봐도 볼이 어디로 갈지를 알아차리고 그 육중한 몸을 손살 같이 날려 두툼한 뱃살로 공격을 무력화 시키곤 했다. 그래서 상대 공격수의 힘을 빼고, 자기 팀원들의 기분을 좋게 했다. 우리가 족구 하는 것을 보고 주변에 직장을 가진 젊은이들이 도전해 와서 함께 시합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 팀을 이기지는 못했다. 한 시간씩 땀을 흘리고 난 후 조그만 서민 식당에 가서 수제비나 된장찌개를 먹을 때면 그 맛이 그야말로 꿀맛 같았고, 몸과 마음이 청년의 스피릿으로 충만해짐을 느끼곤 했었다.

우리는 선교지를 방문해서도 틈이 나면 족구를 했다. 현지 리더들에게 족구를 가르쳐 몇 나라에 족구를 보급하기까지 했다. 한 번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구 CIS 여름수양회를 참석한 후였다. 우리 시니어 족구 팀의 멤버가 모자라 빈터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러시아 십대 청년들에게 족구를 가르친 후 함께 게임을 하였다. 이들은 금방 족구를 익혔고 힘과 패기가 있었다. 그러나 한 번도 우리 시니어 팀을 이기지 못했다. 열이 조금 밭쳤는지 이들은 우리에게 축구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이들과 축구를 했다. 그런데 우리 팀은 이들에게 5:0으로 참패를 당했다. 그들은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시니어들이 선교지로 흩어지게 된 이후로 시니어 족구 팀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후로 내가 시카고나 독일을 방문할 때 보면 시니어들이 테니스를 하고 있었다. 테니스 라켓을 한 번도 잡아 본 적이 없는 나는 함께 어울려 운동을 할 수가 없으니 조금은 아쉬웠었다. 지금은 한국에 가 봐도 족구를 하는 스탭들은 없고 테니스를 하는 스탭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곳 짐바브웨에 시니어 선교사로 파송 받아 온 지 5년째다. 이곳에서 즐기며 육체를 단련할 수 있는 마땅한 운동이 없다. 고지대라 죠깅을 하는 사람도 볼 수가 없다. 이곳에 도착한 초기에 몇 사람으로부터 골프를 배우라는 권면을 받았다. 골프채도 세트로 주면서 말이다. 이곳에 사는 한인들이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 골프다. 이곳에서는 골프가 고급스럽거나 사치스런 게(?) 아니다. 초등학생들도 원하면 학교에서 정식으로 골프를 배울 수 있다. 공원 도시인 하라레 시내 곳곳에 골프장(아름다운 잔디공원)이 있다. 모두 영국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이다. 돈이 들지도 않는다. 그러나 골프로 운동을 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드려야 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아예 시작을 하지 않았다.

이번 학기 들어 몸의 컨디션이 좀 좋지 않았다. 피곤이 쉽게 왔다. 그래서 나는 테니스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이 나이에 그렇게 과격한? (내가 볼 때는 테니스가 과격한 운동으로 보였음) 테니스를 시작해도 되겠나?” 하는 생각이 있었으나..... 하지만 주님의 성령님이 거하시는 내 몸도 건강하게 유지해서 주님께서 쓰실 수 있는 그릇으로 항상 준비되고 드려져야지 않는가? 이 나이에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지. 또한 선교지나 한국에 갈 때 동역자들과 어울려 함께 몸을 부대끼며 운동을 할 수 있는 즐거움을 되찾아야지......

이제임스 선교사가 파널이라는 현지인 청년을 소개해줬다. 나는 이 청년과 한 주 한 시간씩 만나서 테니스를 배우기로 했다. 지금까지 비슷한 운동으로는 탁구를 해본 것 밖에 없는 나에게 처음 잡아본 테니스 라켓이 무겁기까지 했다. 또한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볼은 라켓에 맞지도 않고 튕겨 나간다. 그러나 우리 선교사들과 어울려 테니스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이 나이에? 테니스를 배워보려 한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로마서 12:1)

(사진) 짐바브웨 국립대학교 안에 있는 테니스 코트 앞에서 파널 형제와 함께, 코트 너머로 하라레의 명물인 큰 나무에 피는 보라색 꽃 자카란다가 만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