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UBF 가을 음악회를 보고

처음에 금년 연주회 첫 곡이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전 곡을 한다고 해서 좀 놀랐습니다. 이런 음악은 연주도 쉽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소화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인데 이 교향곡에 도전했다니 말입니다. 그것도 총 4 악장으로 구성된 이 교향곡은 연주 시간도 대체적으로 30분이 넘습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단은 이 교향곡을 훌륭하게 소화해 연주했습니다.
1악장은 Allegro con brio 곧 '힘차고 빠르게' 연주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운명’교향곡은 ‘따따따 딴-’하면서 시작하는데 이것은 ‘운명은 이렇게 시작된다’는 베토벤의 말 그대로 갑자기 다가운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도 같습니다. 시작 부분의 이 ‘따따따 딴’은 이 교향곡 전체 속에서 여러 모양으로 변주되고 반복되는 것으로 실제 이 교향곡 전체를 이끌어갑니다. 이 부분을 확실하게 잘 해야 뒷부분의 모든 것이 살아나는데 오케스트라단은 이 첫 부분을 힘차고 웅장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깔끔하게 연주했습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 호른 파트 연주자들의 긴장과 자신감이 아주 돋보였습니다. 이번 연주에서 호른을 맡으신 분들 모두는 각별한 갈채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 도입부분을 시작으로 교향곡 끝을 향한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여행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4악장까지의 긴 여정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운명 교향곡은 그 전체가 운명에 대한 투쟁과 승리의 노래요 행진이라고 생각합니다.
1악장 연주는 전반적으로 강약이 잘 소화되었고 crescendo 부분도 긴장감을 주면서 잘 올라가 정점에 도달한 후 잔잔하게 기술적으로 잘 내려왔습니다. 1악장 중간에 피치카토(pizzicato) 부분이 있는데 아주 감성적으로 잘 연주되었다고 봅니다. 중간 중간 관악 파트에서 약간의 불협화음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 부분이 정확하게 일치되어 터져 나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이 말은 못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어려운 부분인데 잘하셨다는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1악장의 멋은 시작 부분의 ‘따따따 딴-’이 곡 중간 중간 힘차게 앞으로 나왔다가 점점 뒤로 사라져 가는 듯, 그러다가 다시 앞으로 불쑥 나와 박력 있게 연주되기를 반복하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운명 교향곡이라는 그 이름을 한층 돋보이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주에서 특별히 주목하게 된 것은 팀파니의 활약입니다. 저는 연주를 들으면서 ‘팀파니 없는 운명 교향곡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팀파니는 이 교향곡 전 반을 장중하고 스케일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렇게 연주되면서 1악장은 비극적인 운명의 도전을 음악적 감성으로 아름답게 승화시켜주었습니다. 제 생각에 지휘자가 가장 지휘하기 힘들고 긴장해야 하는 부분이 1악장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지휘자는 1악장을 탁월하게, 그야말로 '운명의 맛'을 살려 잘 지휘해주었습니다.
2 악장은 Andante con moto 인데 이것은 '느리지만 힘차게' 연주하라는 뜻입니다. 2악장에서는 클라리넷 부분이 아주 부드럽게 흡인력 있게 잘 연주되어 청중을 음악 안으로 깊이 끌어 들였고 피치카토 부분이 곡에 부드러움을 더해주었습니다. 음악 속에는 운명의 정적이 흐르고 곧 이어 운명을 뚫고 앞으로 나가는 행진이 있습니다. 여기서 운명에 도전하는 자의 겸손과 믿음, 그리고 과감하고 근엄함이 발견됩니다. 그래서 저는 운명 교향곡을 들을 때는 1악장보다는 2악장에서 더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저는 2악장을 들을 때면 그 음악에 발맞추어 행진해 걷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낍니다. 저는 2악장을 왕의 대관식 음악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것은 왕이란 운명에 도전하며 장엄한 행진을 해야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3악장과 4악장은 다시 Allegro '빠르게' 전개됩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3악장과 4악장이 이어져 연주되었습니다. 3악장은 2악장의 연주를 완성 시켜갑니다. 2악장의 행진에 속도와 힘을 더해준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3악장은 운명 앞에서의 갈등과 고뇌, 그리고 운명으로 인한 모든 난관을 뚫고 힘차게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봅니다. 3악장 중간 부분에서 현악기의 피치카토 연주가 아주 멋있었습니다. 먼저 첼로 파트의 피치카토가 있었고 이어 바이올린의 피치카토, 이어 첼로와 바이올린이 함께 피치카토로 연주를 할 때는 행진의 내면적 부드러움과 여유, 그리고 힘 있는 정적이 느껴졌습니다. 4악장에서는 지난 운명과의 싸움을 조용히 회상하는 듯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운명에 대하여 승리한 자의 개선이 나오는 듯 음악은 다시 힘차고 빠르게 연주됩니다. 여기서 청중들은 운명 교향곡이 주는 감동과 환희의 격정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음악은 처음에 ‘따따따 딴’하고 문을 두드리듯 다가 온 운명을 힘차게 내리쳐버리는 듯 팀파니의 장엄한 쿵쾅거림으로, 천둥치는 듯한 승리의 연주로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연주가 끝났을 때 모든 사람들이 열광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저는 감동 속에 standing ovation을 하며 박수쳤습니다. 제 마음에는 어떤 큰 힘이 채워진 듯해 감사했습니다. 평신도, 학생, 2세들로 이루어진 UBF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그동안의 기도와 맹렬한 연습, ‘운명 교향곡’으로의 도전에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곡이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때로는 부드럽게, 감미롭게, 그리고 힘차게 연주하며 ‘우리에게 더 이상 운명은 없다’는 힘찬 메시지를 전해주었습니다. 이 연주는 운명에로의 도전과 운명에서의 자유함을 만천하에 선포하듯 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한 연주였습니다. 이번 연주는 ‘운명 교향곡’이 왜 명곡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그동안에 수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음악회의 두 번째 곡은 강동규 편곡의 ‘Faith of Resurrection’이었습니다. 이 음악은 찬송가 160장의 ‘원수를 다 이기고 무덤에서 살아나셨네’와 찬송가 355장 ‘다 같이 일어나 용감히 싸워라’ 두곡을 조합해 편곡한 것인데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편곡자의 뛰어난 솜씨가 돋보였습니다. 이 곡의 처음 부분은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쉬윈(George Gershwin)이 연상되는 째즈 풍으로 시작되는 듯 하다가 이내 관악기와 팀파니의 거침없는 웅장한 연주로 ‘사셨네 사셨네 예수 다시 사셨네’ 하면서 예수님의 부활을 찬양했습니다. 이 곡은 주님의 부활을 노래하면서 이제 예수님이 부활하셨으니 우리 앞에 놓인 사망의 벽을 부활의 믿음으로 깨뜨리며 힘차게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었습니다. 이 음악은 ‘예수님의 부활을 우리의 삶에 확신 있게 적용시키자’는 외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듣고 싶은 곡입니다.
세 번째 음악은 스페인의 작곡가 로드리고의 ‘알랑훼즈 협주곡’이었습니다. 이 협주곡은 원래 기타 협주곡인데 이 음악회를 위해 위의 강동규님이 바이올린 곡으로 편곡을 했습니다. 연주는 중학교 3학년인 이다은님이 해주었습니다. 이다은님은 바이얼린 활을 당기면서부터 청중을 자기 음악 속으로 끌어드리는 내공을 보였습니다.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때로는 격렬하고 정확하게 잘 연주해주었습니다. 이다은님은 제가 속한 안암 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2세입니다. 어머니는 연세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가서 한때 도르트문트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뛰어난 바이올린이스트입니다. 그동안 UBF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오케스트라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고려대 이공대를 졸업하신 분이신데 한때 독일 선교사로 나가셨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일하고 계신데 역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클라리넷을 연주하십니다. 이다은 자매는 이런 음악적 배경에서 성장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 뙤약볕 아래서 축구하느라고 얼굴이 까맣게 그을어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센터에 있던 밖에 있던 그 발끝에 늘 축구공을 달고 다녔습니다. 이런 가운데도 어머니로부터 열심히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이번에는 이렇게 훌륭한 바이올린 협연자가 되었습니다. 이다은 자매가 이렇게까지 성장해서 바이올린 협연을 할 정도가 되었다니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성장하여 늘 감동적인 연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4번째는 테너 이형민님이 구노의 오페라 ‘로마오와 줄리엣’ 중에서 ‘아, 일어나거라 태양이여’를, 5번째로는 바리턴 장호진님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넌 벌써 승리를 가졌다’를, 이어 테너 안세권님이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불러주었습니다. 금년에는 연주회를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했는데 무대가 좋고 가수의 노래가 모든 청중들에게 가깝게 들려 어느 때보다도 성악곡을 감상하는데 좋았습니다. 세 분의 성악가 모두 빼어난 목소리와 기량으로 장내를 압도하며 우렁차게 노래해주었습니다. 그리고 7번째는 위의 3명의 성악가 ‘하나님의 은혜’를 삼중창으로 불렀는데 연주회 성악곡의 압권이 되었습니다. 1994년 미국에서 월드컵 경기를 기념하며 개최된 음악회에서 당시 세계적인 세 명의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가 함께 노래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생각나서인지 이번 연주에서의 세 명의 성악가들의 아름다운 화음의 삼중창은 더욱 감동적으로 들렸습니다. 정말 멋진 노래였습니다. 이들이 드린 찬양 ‘하나님의 은혜’는 하나님 보좌로까지 올라가고, 하나님은 이 노래를 받으시고자 음악회장에 뜨겁게 임재하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어 UBF 합당찬의 ‘은혜 아니면’과 ‘주님 나라 이루게 하소서’를 불러주었습니다. 합창단의 찬양은 언제나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듣는 이 모두에게 구원의 은혜를 감동적으로 전해주었습니다. 첫 번째 곧 ‘은혜 아니면’은 우리가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누리고 있는 은혜에 대한 새로운 감사를 드리게 했습니다. 두 번째 ‘주님 나라 이루게 하소서’ 역시 우리의 기도를 담아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이었습니다. 끝으로 앙콜 곡으로 부른 "AVE VERUM CORPUS 아베 인간으로 나신 주" 역시 감동이었습니다. 모차르트의 이 찬양은 죄악 세상 구하시고자 인간으로 나신 하나님의 외아들을 찬양한 것으로 과거 찬송가에도 실려 있었던 곡이다. 이로서 이 음악회는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의 사랑으로 막을 내렸다.
음악회 장소인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은 모두 나무로 실내 장식이 되어 있어 음악 공연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나무 재질이 부드러워 거친 소리를 다 흡수해 오케스트라와 노래 모든 것을 부드럽고 웅장하게 들리게 했습니다. 이로서 모든 연주자는 실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었고 연주의 감동은 청중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마음에 뜨거운 감동의 물결이 남은 음악회였다. 최고의 연주였습니다. 아무리 잘했다고 한들 베를린 필 하모니나 뉴욕 필 하모니 등이 있는데 그런 오케스트라단을 앞에 두고도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하고 누가 말한다면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음악회는 하나님께 드려진 연주, 기도하며 감사로 이룬 연주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연주회였기 때문입니다. 오케스트라단의 열정, 믿음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 마음에는 세상 어떤 연주회보다도 더 감동적인 연주회였기 때문입니다. 좋은 연주회 장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다시 한번 이번 음악회 오케스트라 단원 모든 분들, 성악 부분과 합창을 담당해주신 모든 분들, 지휘를 맡은 임여호수아 목자님의 기도와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주께서 이 모든 이들을 크게 축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김모세(안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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